
의과대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미진한 상태에서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 상황에서 불편을 감수해온 환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17일 교육부의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의사 단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상징적 사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기존 2024학년도와 동일한 3058명으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가 밝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쉽게도 학생 복귀 수준은 당초 목표에 비해 미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와 의학교육계는 지금이 의대 교육 정상화하는 마지막 기회이며, 의료 인력 양성이 더 이상 중단돼선 안 된다는 절박함과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7일 의대 학장들과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3월 말까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하고, 미복귀 시엔 5058명으로 증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대생 수업 참여율은 미진한 수준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40개 의대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다.
이에 대해 환단연은 “결국 그 어떤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대다수 의대생이 등록만 하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원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대국민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학사 유연화 없이 엄정하게 운영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의 정부 행보로 볼 때 이 말 역시 믿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지난해처럼 학사 유연화가 반복되고, 유급 등 학칙 적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단연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라며 “2027학년도부터는 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과학적 수급 예측과 논의를 거쳐 정원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연합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부는 국민과 환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성토했다. 연합회는 “교육부의 의대 정원 원점 발표로 인해 의료개혁을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불가하다”면서 “중증질환자들이 그동안 참고 견딘 고통은 물거품이 됐다. 이 사태로 생명을 잃은 분들의 희생만 강요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