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8년 기다림 지운 콜드플레이, ‘떼창’으로 화답한 5만 관객 [쿡리뷰]

“한국 최고”…8년 기다림 지운 콜드플레이, ‘떼창’으로 화답한 5만 관객 [쿡리뷰]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

기사승인 2025-04-17 09:00:03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내한까지 자그마치 8년, 그 기나긴 기다림이 아쉽지 않은 공연이었다. 마지막 앙코르곡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무대 구성과 효과,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명곡 릴레이,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라이브로 소화한 아티스트와 5만 관객,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16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이 열렸다.

콜드플레이는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 조니 버클랜드(기타), 가이 베리맨(베이스), 윌 챔피언(드럼)으로 구성된 영국 밴드다. 전 세계적으로 정규 앨범 9장을 포함해 1억 장 이상 판매고를 올려, 21세기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밴드로 통한다. 

양질의 라이브 공연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가진 첫 내한 공연 역시 그중 하나다. 당시 콜드플레이는 10만여 명이 가득 채운 공연장에서 ‘사우스 코리아 송’(South Korea Song) 무대를 펼쳤고,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은 태극기에 입맞춤을 하는 퍼포먼스로 열광적인 한국 팬에게 경의를 표한 바 있다.

그로부터 8년 만이다. 한국을 다시 찾은 콜드플레이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한국”이라는 인사를 건네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밴드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콘서트장은 갖가지 색으로 물들었다. 여타 콘서트의 응원봉은 무대별로 한 색을 띠거나 규칙적으로 색이 변하는데, 자이로 밴드는 달랐다. 곡 테마에 맞는 색들을 불규칙한 빛으로 구현해, 마치 흐르는 은하수를 보는 듯한 장관을 이뤘다. 분위기에 맞는 스크린 연출과 돌출무대 색상, 현란한 레이저와 조명 역시 무대에 대한 몰입도를 곧장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 SNS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 SNS

콜드플레이는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어드벤처 오브 어 라이프타임’(ADVENTURE OF A LIFETiME), ‘파라다이스’(PARADiSE),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까지 내달렸다. ‘파라다이스’부터는 관객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열기로 찼다. 이 가운데 크리스 마틴은 “감사하다. 한국어 서툴러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고,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로 대신 답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우리보다 뛰어나서 연습을 열심히 해야만 했다”며 이제야 한국 팬들과 재회한 아쉬움을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대표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무대는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일어나게 만들었다. 자이로 밴드를 찬 손을 좌우로 세차게 흔드는가 하면, 자리에서 힘껏 뛰며 저마다 흥을 표출했다. 떼창은 당연했다. 이날만을 위해 가사를 숙지한 팬들의 목소리는 현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생애 최고의 관객”이었다. 이 대단한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한 듯 보이자, 콜드플레이는 더욱 대담하게 관객들을 끌어당겼다. 콜드플레이를 보기 위해 입대를 미뤘다는 팬을 무대에 올려, 즉석에서 ‘업 앤드 업’(Up&Up)를 함께 불렀다. ‘뷰티풀’(BiUTYFUL)은 스크린 속 관객과 대화를 나눈 뒤, 이 내용에 따라 가사를 바꿔서 가창했다. ‘픽스 유’(FiX YOU)에서는 관객들에게 아예 마이크를 넘기는 구간을 마련했다.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A SKY FULL OF STARS)에서는 영상을 찍지 말고 무대만을 오롯이 즐겨달라고 당부했고, 관객 참여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협업 무대도 즐길 거리 중 하나였다. 오프닝 게스트로 나선 엘리아나, 트와이스와는 ‘위 프래이’(WE PRAY) 무대를 함께 꾸몄다. 방탄소년단과 작업한 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부를 때는 가상으로 구현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스크린에 깜짝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콜드플레이는 방탄소년단 멤버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환경 보호를 위해 월드 투어를 잠정 중단했던 밴드답게 친환경적인 공연을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확인 가능했다. 스탠딩 관객은 파워 바이크와 키네틱 플로어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소모한 에너지는 전력으로 전환돼 실제로 공연 운영에 쓰인다. 공연장을 황홀하게 수놓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자이로 밴드는 수거해 재사용한다.

한편, 콜드플레이는 이날을 포함해 18일, 19일, 22일, 24일, 25일 총 6회 공연을 진행한다. 이는 내한 아티스트의 단일 공연장 단독 공연으로는 역대 최대·최다 규모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