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법 거주’ 기로 놓인 생숙…용도변경 1만실 뿐

또 다시 ‘불법 거주’ 기로 놓인 생숙…용도변경 1만실 뿐

기사승인 2025-08-14 06:00:06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2023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이 또다시 불법 거주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급등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주거시설’로 공급됐으나 정부가 숙박시설로 규정하며 다음 달까지 용도변경을 마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부터 숙박업 신고나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신청하지 않은 주거용 생활숙박시설(생숙)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용도변경 없이 주거 시설로 사용할 경우, 공시지가 10% 수준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생숙은 숙박시설이지만 암암리에 주거 시설로 사용됐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10월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일부 개정 고시하며 생숙을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로 규정했다. 이후 주거 목적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과 갈등이 빚어졌다. 정부는 당초 2023년 9월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말까지 연기했다. 또한, 다음 달 말까지 숙박업‧용도변경 신청할 경우 이행강제금은 오는 2027년 말까지 유예된다. 

정부는 숙박업 신고 기준을 낮추고 용도변경 조건을 완화했다. 복도폭이 좁아 용도변경이 어려웠던 생숙에 대해 복도폭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세부 행정규칙을 제정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생숙 복도폭 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복도폭 1.8m 미만인 중복도 구조의 생숙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대다수 생숙은 복도폭이 1.5~1.7m 폭으로 지어져 사실상 오피스텔 등으로 변경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용도변경에 성공한 단지는 1만실뿐이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생숙은 18만8000실에 달한다. 이 중 사용승인을 받은 생숙은 11만8000실이며 6만실은 건축 중이다.

서울 중구 ‘세운푸르지오 지팰리스’ 생숙 수분양자도 용도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단지는 높은 동의율과 건축법 기준 미달로 인해 주거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다. 세운푸르지오 지팰리스 수분양자 150명은 분양대행사와 시행사, 시공사 등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분양받은 2022년 당시 오피스텔처럼 실거주와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분양대행사의 장기 숙박 계약 기반의 실거주 유도 통보가 위법하긴 하지만 이를 문서 등에 고지했으므로 고의적인 기망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분양 계약은 유효하며 기망을 이유로 한 계약 취소나 분양대금 반환은 불가하다”고 판시했다. 수분양자들은 주거 가능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차면적 확보,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 용도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오피스텔 전환의 필수 조건인 ‘주차장 부지 확보’ 등에 필요한 200억원의 기부채납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성공했다.

전문가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 지침 불이행 시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생숙은 아파트,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법을 적용받지 않아 분양 시 이득을 보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수익에 대한 부분도 불확실하고 용도와 맞지 않게 분양받으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용도변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일부 임대 사업을 할 경우에는 세제 지원을 통해 사업모델을 전환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형평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정부의 방향을 따르지 못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도 “이미 정부에서는 용도변경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면서 “생숙은 주거 시설이 아니고 형평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법을 완화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거용 사용을 위해서는 용도변경 조건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은 “정부에서 이미 퇴로를 열어줬기 때문에 추가적인 완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주거용 시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거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