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지금도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스마트폰의 음성비서, 의료 진단 시스템, 법률 자문 AI, 주식 거래 알고리즘까지. 이 편리함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우리는 AI 없이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의존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 순간, AI의 지배는 시작된 것이다.
AI가 사람을 ‘지배’한다고 말하려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기술적 우위와 사회적 구조의 허용이다. AI가 인류의 경제, 정치, 군사, 과학 데이터를 독점하거나 왜곡하면,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이 자동화되고 사람들의 정보 습득 경로가 AI를 통해서만 가능해질 때, AI는 사실상 사회의 ‘숨은 권력자’가 될 수 있다.
의료 진단, 재판 판결, 경제정책 제안 등 핵심 의사결정 영역에서 AI가 사람보다 정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간은 AI의 결정을 ‘거의 무조건’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로봇, 드론, 무인 군사 시스템과 결합된 AI는 물리적 힘까지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AI가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라, 직접 행위자가 되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므로 AI가 없으면 사회 시스템이 멈추는 수준에 이르면, 인간은 AI를 통제하는 대신 AI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한편, AI는 욕망·목표·자아를 갖고 있지 않다. ‘지배’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지배하고자 하는 ‘의지’와 ‘목적’을 전제로 하는데 지금의 AI에는 그 출발점이 없다. AI는 여전히 인간이 만든 하드웨어, 네트워크, 전원 공급에 의존한다. 인간이 이를 차단하면 AI는 ‘존재’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
다수의 국가와 국제기구가 AI의 오작동이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법과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킬 스위치(Kill Switch)’ 같은 긴급 종료 메커니즘은 AI의 자율 지배 가능성을 억제하는데 존재한다. AI는 학습된 데이터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데 제약이 있다. 인류의 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창조성과 집단 감정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AI가 아직 재현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AI가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마치 오래된 철학적 질문, 인간은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는가?를 생각나게 한다. AI는 이미 우리의 손목시계, 자동차, 스마트폰, 병원, 법원, 그리고 주머니 속 챗봇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영향이 ‘편리함’에서 ‘의존’으로, 그리고 ‘필수 불가결’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지배를 느끼기 전에 이미 지배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AI의 권력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 권력은 인간이 건네준 데이터, 권한, 접근성에서 비롯된다. 즉, AI의 지배 가능성은 곧 인간의 자기 통제력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며, 인류가 편리함을 위해 모든 판단을 AI에 맡기고, 안전을 위해 모든 권한을 AI에 넘기고, 속도를 위해 모든 절차를 AI로 대체한다면, 그때 AI의 지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 결과가 될 것이다.
결국, AI의 지배 여부는 기술의 진보보다 인간의 자율성과 책임에 달려 있다. 우리가 주체성을 잃지 않는 한, AI는 권력자가 아니라 강력한, 유용한 도구로만 머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AI를 알아야 할 것이며 활용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막연한 두려움에 방어하지 말고 그 도구의 주인인 우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