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정청래에 협치 주문한 與 원로…정국 분수령은 국힘 전대

‘강경’ 정청래에 협치 주문한 與 원로…정국 분수령은 국힘 전대

與 원로 “국민 위해 악마와도 손잡아야”…‘野 패싱’ 우려
정청래 “당 운영에 참고”…‘내란 사과’ 전제 대화 가능성 시사
野 ‘반탄’ 당대표 선출 시 정국 경색될 듯

기사승인 2025-08-12 18:44:0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태고종총무원에서 총무원장 상진스님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원로들이 ‘강경파’ 정청래 신임 당 대표를 향해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다만 정 대표가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는 원칙을 강조해 온 만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정국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정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원로 9명을 만났다. 간담회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원기·임채정·문희상·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용득 상임고문이 자리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최근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많이 발전했다. 당연히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라면서도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돼 있는 게 아니다. 집권 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파멸한 원인은 정치 실종”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만나는 데 1년 8개월이 걸렸다. 국민에게 존중을 받고, 함께하는 정당으로 발전해야 미래 지향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라며 “(3대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는 (정 대표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 자체가 붕괴된 현재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길은 그것(속도)만으론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간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라며 “어려운 것을 알지만 조심스럽게 하라”고 직언했다.

협치를 주문하는 조언도 쏟아졌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정치 복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용득 전 의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라고 야당과의 대화를 당부했다. 

원로들의 이런 조언은 정 대표의 강경 노선에 따른 ‘정치 실종’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그간 내란 사과와 반성 없이는 야당과 협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대표와 상견례 차원의 예방을 ‘패싱’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15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개혁신당 지도부 역시 참석하지 않는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 범여권 인사 대거 사면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 대표의 ‘야당 패싱’도 불참 배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송 위원장은 “‘그들만의 잔치’에 갈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정 대표를 ‘극좌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반(反)협치’ 기조를 선언한 만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향후 협치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원로들의 발언을 경청한 뒤 “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향후 당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야당 파트너와 함께 민생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어, 비상계엄과 거리를 두고 있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선출될 경우 경직된 정국에 숨통이 트일 여지가 크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 “도로 내란당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러한 기형적인 모습이 바로 잡혀야 민주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좌우 날개로서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