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놀이’ 지적한 李대통령…금융권은 ‘긴장’

‘이자놀이’ 지적한 李대통령…금융권은 ‘긴장’

기사승인 2025-07-27 17:47:01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에 ‘이자 장사’ 대신 ‘생산적 투자’를 강조한 가운데, 금융당국과 업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협회들과 간담회를 열어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27일 공지를 통해 “생산적 금융 확대와 관련한 의견 교환을 위해 28일 오전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장들이 참석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 중심 영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택담보대출 같은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투자 확대에 더 힘써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여전히 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이익만 따로 보면 21조9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8106억원) 대비 2818억원(1.4%) 증가했다.

금융위는 간담회에서 전통적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에 의존해 온 금융업계의 영업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전략산업과 벤처·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100조 원 규모로 조성 예정인 첨단산업 펀드에 은행권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생산적 금융 주문에 발맞춰 일부 은행은 이미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정빈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정책 방향을 고려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기업대출 시장에서는 자산 성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