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불패’ 신화 깨졌다…달라진 여자리그, 토종 에이스 모처럼 ‘이름값’ [바둑]

‘용병 불패’ 신화 깨졌다…달라진 여자리그, 토종 에이스 모처럼 ‘이름값’ [바둑]

1R 개막전 용병vs주장 맞대결서 용병 4명 모두 패배하는 진기록
용병 없는 포항·서울, 나란히 2연승 질주하면서 순위표 상단 자리

기사승인 2025-07-20 06:00:06
평택 주장 스미레(왼쪽) 4단이 중국 용병 리허를 꺾고 승리 인터뷰를 하는 모습.

시즌 개막전에 외국 용병 4명이 총출동했다. 부안의 일본 용병 뉴에이코, 삼척과 평택의 중국 용병 리허·우이밍, 영천의 대만 용병 양쯔쉔이 2025 시즌 여자리그 출발을 함께 했다. 하지만 승전보를 전한 용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2라운드가 20일까지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개막 라운드인 지난 1라운드에서 외국 용병이 대거 출전했음에도 ‘토종 에이스’들이 모처럼 진가를 발휘했다. 

개막전부터 모든 경기에서 주장vs용병 대결이 펼쳐지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 주장 김채영이 부안 용병 뉴에이코를 눌렀다. 특유의 완력으로 국면을 시종 리드한 환승이었다. 

한국기원 소속으로 2년 연속 여자바둑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평택 주장 나카무라 스미레 4단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미레 4단은 1-1 상황에서 삼척 용병 리허를 격파하고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일본 천재 바둑소녀’ 스미레 4단은 7월 랭킹에서 김채영 9단(5위)을 끌어내리고 여자 랭킹 4위에 오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팀 패배로 빛이 다소 바랬지만 삼척 주장 김은지 9단이 중국 차세대 기수 우이밍에게 설욕한 점도 기분 좋은 승리였다. 1라운드 4경기에서는 보령 주장 김민서가 영천의 대만 용병 양쯔쉔을 제압했다. 용병이 4명 출전한 개막 라운드에서 외국 용병이 모두 주장과 격돌한 진기한 상황에서 여자리그 터줏대감들이 활짝 웃은 결과였다.

서울 김채영(왼쪽)-최서비가 개막전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승리를 합작했다. 

2라운드 선두가 용병을 뽑지 않은 포항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당초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했던 포항은 김혜민-김경은-박태희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1·2R 모두 3-0 완봉승을 거두면서 팀 전적 2승, 개인 승수 6승0패로 선두를 질주했다.

잠정 2위인 서울 또한 김채영-이나현-최서비-백여정 진용으로 외국 용병이 없다. 그럼에도 개막전 2-1 승리를 시작으로 2라운드에서도 난적 삼척에 2-1 신승을 거두고 알토란 같은 2승을 챙겼다. 시즌 초반 분위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좌우하는 여자바둑리그 특성상, 초반 2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탄 점은 향후 전망을 밝힌다.

시즌 초반 최대 관심사는 ‘드래프트 최대어’ 김은지 9단을 품은 삼척의 반등 여부다. 삼척은 개막전에서 중국 용병 리허 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평택에 1-2로 패했고, 2라운드에서도 서울에 1-2로 패하면서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다만 팀이 패하는 와중에도 주장 김은지 9단은 굳건하게 2연승을 기록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른 선수들의 승점 지원이 이뤄진다면 무섭게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정규리그 3판 다승제 18라운드 더블리그로 총 216대국이 펼쳐지며 상위 5개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 팀을 가리게 된다. 우승 상금은 6000만원, 준우승 4000만원이며, 정규리그 매 라운드가 끝난 뒤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오더에서 제외돼 출전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미출전 수당’ 10만원이 매 라운드마다 지급된다.

NH농협은행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1국(장고대국)은 각자 40분에 추가 20초, 2국과 3국(속기대국)은 각자 10분에 추가 20초로 진행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