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0.7%, 선택받은 임원의 생존 전략 [WORK & PEOPLE]

단 0.7%, 선택받은 임원의 생존 전략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06-05 11:30:03
동명대학교/Busan International College 한준기 교수

한국의 임원들. 샐러리맨들의 별이라 부를 수 있다.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임원 승진 확률은 겨우 0.7% 수준이고 신입사원에서 임원 승진까지는 대략 22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도 1000명 가운데 단 7명만이 선택되는 셈이다. 평균수명도 짧아 이들은 ‘임시직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임원의 생존과 성공 전략을 차분히 고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당사자들과 기업조직 모두를 위해서.

‘임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늘 제기되는 이슈다. 비즈니스 결과에 대한 직격탄을 온몸으로 바로 책임져야 할 자리이자 조직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 역할 재정의 없이는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다. 사전적으로 임원은 단체의 중요한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지만, 그 ‘중요한 일’은 기업 상황과 문화, 개인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먼저 할 일은 직속 상사를 필두로 이해관계자들과 방향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우선순위에 대해 명확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갈등과 문제가 불거지기 십상이다. 눈치와 감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차라리 초반부터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구하면서 주도적으로 간극을 줄이며 조율해 나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임원이 수행해야 할 전통적인 세 가지 일은 비전 제시, 조직 문화 리드, 성과 창출이다. 더불어 간과하기 쉬운 세 가지를 더 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조직 내의 장애물 제거이다. 나쁜 관습, 불필요한 관행, 갈등 등을 제거해야 기본적인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둘째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현상 파악을 통해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도출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셋째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조직을 연결하고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반대로 임원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첫째는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다. 임원 포지션은 문자 그대로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법칙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둘째는 도덕적 불감증으로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이다. 임원은 어항 속 금붕어와 같아서 한 번의 실수로 끝날 수 있으며, 원치 않는 정치적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다. M사 근무 시절 직속 상사였던 한 CEO는 적어도 도덕적인 부분에 있어서 단 한 건의 실수도 절대 범하지 않으려 했다. 단돈 1달러의 법인카드 사용이나 여성 임직원과의 일대일 티타임 등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을 원천적으로 피했다. 업무 외의 자리에서 자신의 포지션의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썼다. 3년 연속 전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성과 업적이 그래서 더 빛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임원은 한 마디로 누구인가. 조직과 구성원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소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축적되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외적으로는 ‘오감’을 통한 종합적 관찰, 온몸으로 하는 경청을 거쳐 올바른 의사결정이라는 모습으로 발현된다. 

미국 출장 중 만난 한 최고위급 임원이 해준 생존과 성장을 위한 두 가지 조언이 기억난다. “진짜 경청과 올바른 의사결정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이 두 가지만 놓치지 않으면 당신은 전 세계 어느 조직에서 든 성공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팀장 시절처럼 충성되게 일만 열심히 잘하는 단계를 넘어, 전략적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그 단계로 모든 임원이 진입해야 하지 않을까.

글·한준기 교수
동명대학교/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