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

[이주호 교수의 고도비만 솔루션] 누가 언제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2016-10-17 04:36:00

글·이주호 교수(이대목동병원 외과)

[쿠키 건강칼럼]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인간의 생활 패턴이 변하고 그에 따라 질병의 유형도 변하기 마련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 복부지방 등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이 현대인의 질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당뇨병은 수많은 합병증을 유발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명을 단축시키는 질환으로 평생 조절하며 합병증이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돼 왔다. 이 골치 아픈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오랜 기간 계속돼 왔다.

최근 소화기관 수술적 처치로 대사성 질환을 치료하고자 하는 소위 대사수술(Metabolic Surgery)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2형 당뇨병에 대한 대사수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비만수술 및 그 변형된 수술이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을 낮추거나 정상화하고, 인슐린 분비능을 개선하며 인슐린 저항성도 낮춘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당뇨수술(Diabetic Surgery)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비만수술 후 당뇨병이 개선된다는 것은 비만수술 역사의 초기인 195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체중감량에 따른 효과로 생각해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5년 포리에스(Pories) 등은 ‘누가 언제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Who would have thought it?)’라는 논문을 통해 비만수술 후 충분한 체중 감소가 생기기 전, 수술 후 며칠 이내에 당뇨가 개선되고 인슐린을 사용하던 환자가 수술 후 6주 내에 인슐린을 끊을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보고했다.

논문에서는 ‘어떤 치료법도 이와 같이 신속하고 지속적이면서도 완전하게 당뇨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서술했고, 비만수술이 당뇨병의 치료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유사한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됐다. 지난 2011년 국제당뇨병연맹(IDF)은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 만으로 일괄되던 기존 당뇨병 치료법에 수술적 치료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개정 발표하면서 당뇨병에 대한 수술적 치료 효율성을 인정했다.

2012년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오브 메디슨(NEJM)에 비만한 당뇨 환자에 대한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를 비교한 전향적 무작위 연구 두 편이 실려 관심이 집중됐다. 슈어(Schauer) 등은 체질량지수 36 이상, 민그로네(Mingrone) 등은 체질량지수 42 이상의 비만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내과적 치료를 받은 군과 비만수술을 받은 군의 당뇨 관해율을 비교 분석했다. 비교결과 수술한 군의 결과가 월등히 좋아 비록 대상 환자 수가 작고 추적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당뇨에 대한 비만수술 또는 대사수술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받게 된다.

최근에는 비만수술의 적응증이 아닌 비만, 즉 체질량지수 35 이하의 환자에서도 수술을 통해 당뇨병이 개선되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상 체중 당뇨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할 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당뇨병연맹(ADA)의 치료 권고안에는 체질량지수 30~35의 환자도 수술적 치료를 권장되고 있, 동양인은 체질량지수 기준을 2.5 낮춰서 체질량지수 27.5부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외과학회,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미국대사비만외과학회 등 외과 관련 학술 단체뿐 아니라 미국내과학회, 미국당뇨병학회, 미국심장학회, 국제당뇨병연맹, 미국비만학 등에서도 공식견해(Position Statement)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만수술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체중감소 외에 장내호르몬 변화, 장내 세균 변화, 담즙산 변화, 뇌신경 신호전달체계 변화 등이 당뇨가 호전되는 기전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이해는 아직 부족한 상황으로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단, 수술 후 인체에 생기는 변화가 당뇨를 치유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이고 비침습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에 체중 감량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특별한 기전에 의해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당뇨 환자에서 대사수술이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는 대사수술로 효과를 볼 가능성이 많은 환자군을 분류해 내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연구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사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동국제약
  • 종근당
동국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