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이 전하는 치아 건강 이야기] 우리 입안이 세균 투성이라고?2013-05-02 10:12:01

[편집자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치아 건강관리와 구강 질환 예방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치과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이 전하는 치아 건강 이야기’ 주제의 건강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건강칼럼은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 부원장인 이성복 경희대치과대학 치과보철학교실 주임교수가 집필자로 나섭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이성복 부원장·강동경희대학교 치과병원 부원장

[쿠키 건강칼럼] “인간의 입안은 더러운 세균통이다.” 라는 충격적인 말이 떠돌고 있다. 사실일까? 아쉽게도 사실이다. 매일 칫솔질하고 구취(입냄새)도 없고, 충치(치아우식증)도 치과에서 치료받았고 치주병(잇몸병)도 없는데, 어찌된 소리인가? 하지만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약간 의외의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입안은 신체 바깥, 즉 체외(體外)에 속한다. 일반 상식으로는 입안(구강)이 체내(體內)에 속할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의학적으로 판정한다면 체외에 해당한다. 더 전문적으로 설명한다면, 피부의 표피나 구강, 인두, 코(비강), 직장의 말단부 상피는 외배엽(外胚葉)에서 유래한 조직으로서, 그 표면은 체내가 아닌 체외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그런 해부학적 구조와 입안이 온통 세균투성이라고 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리 몸 안에 세균이 침입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입안은 체내가 아닌 체외이기 때문에 구강에 세균이 있다 해도 분명히 체내 세균의 환경과는 다를 것이다.

입안은 대략 36.5℃, 습도 100%를 유지하면서 인간이 식사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며 또한 공생하고 있는 세균에게도 파라다이스 같은 조건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입안에는 대략 500종류, 1조 마리의 어마어마한 세균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다고 그 세균들을 모두 사멸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인간과 세균의 공생관계는 어림잡아 약 20만년 전의 인류탄생의 시기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입안에 살고 있는 상주세균은 인간에게 오히려 유익한 역할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인간의 입안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세균은 건강한 신체에는 침입할 수 없는 비교적 독성이 약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들 세균이 상주하면서 인간이 섭취하고 남은 입안의 음식물 찌꺼기를 끝까지 분해하여 소멸시키기 때문에, 간혹 독성이 강한 병원체가 입안에 증가하여도 좀처럼 자리잡고 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을 유지해 준다. 또 상주균의 존재로 인해 신체에 면역능력이 유지되어 독성이 강한 유해한 병원체가 정착하는 것을 억제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입안 세균은 colony(常住細菌?)를 형성하면서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면역학적으로 생체방어기구의 일원이라고 받아들여지며, 병원체나 그 밖의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우리 몸을 보호하는 최전선의 [생물학적 보호벽]이라 일컬어 지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상주세균 주에는 산(acid)을 생성하는 종류도 있어서 치아표면을 용해(탈회)시켜 충치(치아우식증)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들도 함께 존재한다. 그 밖에도 염증을 유발하는 독소를 생산하여 잇몸병(치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구취(입냄새)의 원인이 되는 가스를 발생시키는 세균도 있다. 폐렴의 원인이 되는 폐렴구균, 포도상구균 등도 건강한 성인의 기도입구와 식도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세균은 분명히 인간에게 유해한 세균들이다.

간략하게 2가지 상황을 정리해 보자.

첫 번째, 우선 입안의 상주세균의 대부분을 살균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언뜻 생각하면 입안이 청결해지고 건강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입안(구강)의 상주균이 격감하면 신체의 면역력 자체가 저하되어 전신상태가 점점 약화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는 입안의 상주세균이 생물학적으로 면역기구의 최전선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도 납득이 가는 사실이다.

또 대부분의 세균이 사멸한다면 끝까지 살아남은 저항성이 강한 세균이 증가하여 맹위를 떨치고 결과적으로 그들 세균이 원인이 되어 질병에 이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태어날 때부터 무균실에서 사육되어 상주균이 없는 무균쥐를 무균실 밖으로 꺼내 놓으면 곧 질병에 걸린다는 실험에서도 입증이 되고 있다.

두 번째, 반대로 상주균이 격증하여 당초 1조 개체가 100배로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상주균 중 충치의 원인균인 뮤탄스구균과 같이 산을 생성하는 상주균이 격증하게 되면 입안은 충치(치아우식증)가 발생하기 쉬운 산성 환경으로 변해 버린다. 또 치주병의 원인균이 번성하게 되면 치은염과 치주병에 이환되기 쉬운 환경이 된다. 구취의 원인균이 증가하면 입냄새가 심해지며, 폐렴구균이 번성할 경우 운이 나쁘면 이들이 기도쪽으로 넘쳐들어가 간혹 원인 모를 폐렴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마이코플라즈마균이 증식하면 발열이나 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물론 건강한 사람이라면 입안의 상주균이 다소 증가해도 질병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상주균의 독성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숙주의 면역력이 저하되면, 얌전했던 상주균도 숙주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체력이 저하되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헤르페스(Herpes) 등의 구내염이 자주 발생하고 폐렴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의사나 세균학자들은 “자연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충고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균을 약으로 억제하기 보다는 식후와 취침 전에 치아를 잘 닦아주고 입안을 잘 청소해 주는 것이 제일 효과적임에 틀림없다. 특정한 상주균만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균교대(菌交代)현상 등 뭔가 특별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강한 사람의 타액(침) 1ml에는 10억 개체의 세균이 있지만, 사람은 하루에 1리터(1l) 정도의 타액을 분비하여 구강 내에 살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세균을 위장 쪽으로 씻어 넘기고 있다. 위장에서는 강한 위산에 의해 거의 모든 세균이 사멸되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세균만을 멸균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결론적으로 입안의 상주균은 인체와 공생관계인 생태계로 받아들여야 하고, 인위적으로 이들 개체수나 종류에 큰 변화를 가하게 되면(예, 항생제 남용)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입안의 상주균과 인간의 공생관계는 인류탄생 시기부터 함께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소멸시키는 것은 위험한 행위이며 그렇게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건강한 자연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법을 잘 교육받아 실천해야 하겠다. 다행히도 그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게으름이 제일 큰 적이다. 매 식후 및 취침 전에 정성을 들여 올바르게 칫솔질하고 충치예방에 좋은 식생활의 개선 및 충분한 수분의 섭취로 끊임없이 입안의 상주균을 삼켜서 위장으로 넘겨주는 것이 구강과 전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아주 평범하고도 특별한 비법이다.

<강동경희대학교 치과병원 이성복 부원장>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보철과 교수

-강동경희대학교 치과병원 기획진료부원장, 생체재료보철과장, 심미치과센터장(2006-현재)

-대한스포츠치의학회 부회장

-국제치과연구회(IADR) 한국지부회(KADR)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