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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권력 좋아해요!” 90년생 조혜민이 온다2020-02-18 07:11: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대학시절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학보사 인터뷰를 했어요. 그때 저는 유일한 여성이자 최연소 후보자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은 받지 않는 그 질문을 저는 계속 받고 있더라고요. 인터뷰 시간은 공약만 소개하기도 부족한데 말이죠.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네! 두렵지 않고요, 저 권력 좋아해요! 권력 주세요.”

90년생, 원내이긴 하지만 소수 진보정당, 여성 어젠다를 들고온 청년으로서 국회의원 출사표가 막막하지 않느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질문을 한 기자를 당황케 만든 주인공은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장. 그는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의 창당과 동시에 입당해 이듬해부터 당직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내 성소수자위원회를 만들었고, 여성위원회 담당 간사도 지냈다. 지난해 여성본부장으로 발탁돼 현재 비례대표 공천 예비후보자 경선을 앞두고 있다.

14일 서울 국회대로 정의당사에서 만난 조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확고한 권력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세연’이라는 여성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수 많은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고, 성차별적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미투 시민행동에 참여하면서 ‘언제까지 기자회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해자들은 굉장히 큰 용기를 갖고 기자회견장에 나서지만, 회견에 대한 국회의 응답은 부족했어요. 가해자들은 그런대로 평범한 삶을 살아갔죠. 국회에 진입해서 협상력을 얻고, 직접 제도를 만드는 권한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죠.”

조 본부장은 권력의지가 욕심이 아닌, 절실함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이를 방증하듯 그의 명함에는 ‘90년생·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이름 석자보다 더 크게 적혀 있었다. 여성정책·소수자 인권 등 정치 무대에서 비주류로 치부된 안건들을 공론장 중앙에 올려놓은 것이 조 본부장의 1차 목표다. ▲차별금지법 제정 ▲생활동반자법 제정 ▲채용성차별 근절법 제정 ▲스토킹처벌법 제정 ▲강간죄 개정 등등. 조 본부장은 이러한 정책을 일부 약자만을 위한 정책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불만이 많다.

“소수자 정책이라고 불리는 법안들은 사실 사회 구성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입니다. 차별금지법은 개인이 혐오와 차별에 맞설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에요. 생활동반자법은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외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법입니다. 사회에는 이미 정책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국회가 이를 발맞춰 따라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혐오표현으로 공격받은 개인이 이를 감내해야 하고, 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10년을 함께 지낸 동거인의 긴급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못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죠.”

“스토킹 사건은 침뱉기·쓰레기 버리기와 함께 경범죄로 분류됩니다. 강간의 법적 기준은 ‘최협의의 폭행·협박’ 여부예요. 스토킹 가해자는 범칙금 8만원만 내면 끝이고,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할 만큼 강한 폭행과 협박이 동반된 강간 사건에만 강간죄가 적용되죠. 세상의 반은 여성인데, 국민 절반의 생존권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보호되지 않았던 겁니다. 이 같은 현실은 정치권이 여성의 삶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해요. 제가 준비한 공약들은 모두 그동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는 ‘시급한 현안이 먼저’라는 이유로 입법이 미뤄졌던 법안들입니다.”

소수자·여성 정책은 선거철 진보 정당 후보자들의 포스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골’ 공약과 다름없다.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은 6건,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안은 10건에 달한다. 악성댓글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때마다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혐오표현 금지를 골자로 한 차별금지법안을 냈다. 조 본부장도 자신의 공약들 가운데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는 ‘당 내 입지’를 자신의 차별점으로 꼽는다. 법안을 입법까지 추진력있게 몰고갈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면, 정당 내에서의 탄탄한 입지와 강력한 발언권이 필요합니다. 정당과 국회의 생리도 간파하고 있어야 하죠. 이는 오랜 시간 정당에서 활동한 경험 없다면 확보하기 불가능한 자원입니다. 물론, 남인순·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여성계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정계에 진출해 당에서 유력한 직책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사례예요. 게다가 영입인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당과 함께 성장한 페미니스트 여성 국회의원은 전례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8년간 정의당의 성장을 함께 했고, 본부장이라는 당직에 올랐어요. 페미니스트로서 정치관과 정책목표를 추진력있게 몰고갈 적임자라고 자부합니다”

그동안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정치인은 많았다. 선거가 다가오면 우리나라 정치인 과반은 페미니스트가 된다. 군소정당부터 원내 거대정당까지 후보자들은 본인이 페미니스트임을 공언하며 청년층과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 얻기에 몰두한다. 조 본부장은 그간 정계에서 이어진 ‘페미니스트 선언’의 공허함을 꼬집는다.

“국회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을 지속적으로 피력한 국회의원을 떠올려보세요. 곧 바로 머릿속에 생각나는 정치인이 있나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조차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현재 우리 국회의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정책이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국회에 진입한 사례가 드물었습니다. 여성정책이 필요한 당사자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고안한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대 여성 페미니스트인 제가 국회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조 본부장이 바라본 정치란 지난한 설득 과정이다. 의지와 자신감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협상력과 설득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자신의 정책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기꺼이 ‘보수적인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말한다.

“누군가 차별적인 발언을 했을 때 ‘방금 그 말씀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이에요’라고 쏘아붙이면, 이후에는 어떤 대화도 이어질 수 없어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제 의견을 거듭 설명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야만 변화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보수적인 페미니스트라고 평가할 겁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갈등을 조율하려면 페미니스트라는 신념 지키면서도 다양한 주장을 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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