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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0명뿐 고셔병 환자, 조기진단으로 숨은 환자 찾아야"2018-02-06 00:06:00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많은 질환들이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수 만분의 1 확률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희귀질환은 지금까지 약 7천여종이 발견됐는데 이중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5%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희귀난치성 질환 중 하나인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희귀질환인 리소좀 축적 질환(LSD)의 한 종류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또 비장과 간의 비대, 혈소판이나 헤모글로빈 감소, 뼈증, 뼈괴사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는 매우 드문 선천성 질환으로 간과 비장이 커지는데 심한 경우 마치 임신한 것처럼 배가 뽈록 나올 수 있으며, 백혈병·다발성골수종·비호지킨성림프종과 같은 혈액암과 유사한 증후 및 증상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어 다른 혈액질환과의 감별진단도 매우 중요하다.

아슈케나지(Ashkenazi)계 유대인에서는 500명 또는 1000명 출생 당 1명의 빈도로 더욱 흔하다. 그 외의 나라들에서는 4만명에서 6만명까지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또한 고셔병에 대한 질환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환자수는 50명에 불과한데 세계적 유병률을 볼 때 환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셔병 등의 선천성 희귀 유전 질환 치료의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는 “고셔병 환자는 적혈구나 혈소판이 깨지고 소모되며 쉽게 멍이 들고 코피도 흘리고, 잘 성장 하지도 않는다. 또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으로 부모가 보인자인 셈이다. 보인자는 증상이 없는 데 두 분이 천생연분처럼 만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800년대 후반 환자가 원인 모르는 병으로 간과 비장이 커지다가 사망했다. 부검을 해보니 죽은 환자의 골수 세포에서 이상한 세포가 확인됐다. 이 세포가 바로 고셔세포이다. 고셔병이란 명칭은 1882년 간과 비장이 비대해진 환자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한 프랑스 의사 필립 찰스 어니스트 고셔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원인은 한참 지난 1950년대에서야 밝혀졌다”고 말했다.

고셔병의 원인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 결핍은 GBA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현되는데 양쪽 부모 모두 이상 GBA 유전자를 가진 보인자일 경우, 태어난 자녀가 고셔병일 확률은 25%, 보인자가 될 확률은 50%, 정상으로 태어날 확률은 25%이며 남녀 똑같이 영향을 받는다.

유 교수는 “국내의 경우 5만 명당 한 명 정도로 현재 국내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수는 60~70명에 불과하다. 조기진단으로 숨어있는 환자를 찾아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가족력이 중요한데 고셔병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원 모두 검사를 해야 한다. 형제·자매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보인자인 경우가 있다. 또 고셔병 환자 출산 후에 다시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전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고셔병을 앓고 있을 확률이 4분의1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양 환자의 경우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국내의 환자에서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드물고, 소아기에 발병이 많다”며 “(고셔병환자는) 간하고 비장이 커져 배가 뽈록 튀어 나와 있다. 암으로 오인해 검사를 하면 암이 아닌 고셔세포가 발견된다. 세포가 발견되면 효소 분석, 유전자 분석 이후 확진한다. 평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욱 교수에 따르면 고셔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우선 혈액학적인 변화이다. 빈혈로 인해 늘 피곤하고, 체내 혈소판이 감소되니 코피도 자주 흘리고 멍도 쉽게 든다. 또 혈소판이 감소되니까 비장이나 간이 커지는데 배가 불러지는 모양이다. 뼈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골절이 쉽게 된다거나 소아에 있어서는 성장이 잘 안되고, 성인의 경우 고관절이 쉽게 골절되기도 한다.

고셔병은 ‘완치’가 없는 질병으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세포 내에 결핍된 효소(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를 공급해주는 치료법으로 환자들은 2주마다 내원해 1시간씩 정맥주사를 맞는다. 쉽게 이해하려면 당뇨병 환자들 중 인슐린이 결핍되면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만 완치가 없기 때문에 평생동안 2주에 한 번씩 내원해야 한다”며 “20년 이상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정맥 주사를 맞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병원에 오지 않으면 환자 스스로 증상을 느끼게 되니 병원을 열심히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간과 비장이 비대해지니 비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비장을 절제하면 예후는 더 안 좋아진다. 고셔병 치료제로 처음 개발된 효소대체요법(ERT) 주사는 혁신적인 약이었다. 그 전에는 고셔병 증상이 심해지거나 사망률이 높았다. 출혈과 빈혈이 있고, 뇌출혈이나 쇼크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며 “주사제로 증상 관리가 가능해졌고, 최근 경구약이 나오면서 이제는 환자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3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씩만 내원하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셔병은 조기진단을 통해 초기에 치료하면 정상인과 똑같이 산다. 초기 치료를 시작하면 장애가 있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1살 때부터 2주에 한 번씩 내원하던 여성 환자는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진다”며 “희귀질환자로 투병하며 치료방법 때문에 학업,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경구제가 개발돼 환자들의 질병 관리도 간편해지고, 환자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셔병 치료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목표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유한욱 교수는 “현재는 질환의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단계라면, 향후에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에 대해 연구하게 될 것이다. 유전자 치료 같은 부분이다”라며, “고셔병은 유전자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을 통해 정상적인 유전자를 넣어주면 효소를 일부에서 주거나 기질감소치료제를 먹지 않아도 교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초기단계로 진행 중인 연구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고셔병의 치료법은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과 기질감소치료법(Substrate reduction therapy: SRT)등이 있다.

효소대체요법은 치료제를 혈액 내로 주입하여 세포 내로 결핍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를 공급해주는 치료법이다. 매 2주 간격으로 주사하며, 용량은 몸무게, 증상 등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1991년 ‘세레자임’(성분명 imiglucerase)이 개발되며 효소대체요법이 가능해진 이후, 증상이 있는 비신경병증형 고셔병 환자에서 조기 효소대체요법은 비가역적 손상을 초래하는 신체 합병증을 예방하는 표준 치료가 됐다.

기질감소치료법(Substrate reduction therapy: SRT)은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치료법으로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효소를 억제해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미리 줄여주는 방법이다. 잔존 효소 활성도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도의 기질 농도를 유지하여 항상성을 회복시키는 데 목표가 있다.
기질감소치료법 치료제로 ‘세레델가’(성분명 eliglustat)가 현재 개발돼 2014년 8월19일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2015년 11월 국내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세레델가의 3상 임상 연구(ENCORE)에 의하면 기존 효소대체요법 대비 비열등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또 세레델가 등 기질감소치료제는 경구제로서 복용편의성이 높았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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