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뉴스 > 인터뷰

인터뷰

원리원칙 지키다 폐업 내몰린 의사의 변2017-12-05 09:36:00


“우리나라, 특히 강남에서 피부ㆍ성형을 전문으로 하며 정상적인 홍보마케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7년간의 실험은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기존 환자가 있어 갑자기 문을 닫아서는 안 돼 5년에 걸쳐 조금씩 축소해 문을 닫을 계획입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JMO피부과 고우석 원장과 만나 나눈 첫 마디다. 그리고 1시간여 이어진 대화의 핵심이었다. 제모(制毛) 하나로 강남에서 17년간 자리를 지키며 수백명의 연예인과 그 보다 많은 수의 환자들이 거쳐 갔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한탄이기도 했다.

고 원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거짓이 만연하는 의료광고, 그 중에서도 성형피부계의 부정적 현실 때문이다. 거짓으로 댓글을 달고, 환자인척 후기를 쓰며 검색순위 조작에 연예인 홍보까지, 불법이 판을 치며 진실을 가리고 원칙이 사라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언론 앞에 나선 계기도 폐업을 결심한 직후인 지난 11월 9일, 대포폰을 이용해 만든 포털사이트 계정을 바이럴 마케팅업체 등에게 판매한 일당이 잡히며 드러난 허위ㆍ과장 광고와 불법거래의 단면을 세상에 알리고, 정화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조사결과, 온라인 광고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와 B씨는 2015년 휴대폰 대리점주 C씨와 공모해 130대의 대포폰으로 계정을 개설, 성형ㆍ결혼정보ㆍ건강기능식품 등을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업체 83곳에 계정 당 2000~5000원을 받고 팔았다.

함께 검거된 성형외과 의사 D씨는 병원을 홍보하기 위해 마케팅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직원을 고용, 270개 계정을 통해 130여개의 거짓 성형 후기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고 원장의 말은 현실이었고,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 그는 “국내에서 정직한 후기, 합법적 바이럴마케팅(입소문광고)을 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홍보담당자들은 ‘의사와 동업한다’, ‘병원을 먹여살린다’는 자긍심(?) 어린 말을 당당히 한다. 각종 조작도 전문가라 가능하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고 그간의 경험을 전했다.

이어 “(스스로도) 알만한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오면 밤새 유혹에 시달렸다. 제3자인척 목격담이나 후기를 올릴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홍보, 진짜 후기를 알려야한다는 생각에 단 1건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그만둬야할 때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연예인이 왔다고 병원을 홍보해주고자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기에 대부분의 후기나 댓글, 연예인 목격담 등은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홍보팀 또는 대행사, 병원장의 조작된 글이라는 지적이자 체념이다.

◇ 원리원칙주의자가 살아가기엔 불편한 현실

현실과 폐업에 대해 언급하며 고 원장은 자신을 ‘원리원칙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법과 약속, 신용을 지키는 것이 예외가 되는 사회에서 벗어나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확고한 법과 원칙에 비춰 판단하고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가치관을 설파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리원칙주의자라는 자평에 공감할 수 있었다.

단적으로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메디컬 레이저의 대부로 알려진 ‘록스 앤더슨’과 하버드대학 부설 웰만연구소에서 연구하며 배운 걸 발전시키고 전하고자 귀국해 개원을 한 행보는 ‘배운 것은 베풀어야한다’는 사회윤리적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그가 시행하는 제모레이저시술의 경우만 해도 교과서에 나오는 데로, 원칙과 원리에 기반해 이뤄지는 듯했다. 절대 의사가 아닌 직역의 시술을 제한하고 레이저의 각도와 강도, 횟수는 물론 기계의 원리에 따른 사용법을 지켜 최고의 효과를 이끌어내려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고 원장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세금을 잘 내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고 진정한 기부라고 말하셨다”며 “그 때부터 원칙을 지키고 따라야한다는 생긴 것 같다. 다만, 한국 현실에서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과 법을 지키며 잘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정상적인 홍보와 효과적인 치료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희망의 불시를 키우고자 인터뷰도 자청했다. 하지만 한 개인의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답함을 전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