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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기물 대란만 초래하는 분리소각, “의미 없다”2019-07-11 09:46:00

넘쳐나는 의료폐기물 처리에 고심하던 환경부가 최근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조차 의료계와 폐기물처리업계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근본적인 해법으로 ‘전용소각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14만4000톤(t) 규모였던 의료폐기물이 4년이 지난 2017년 44%가 증가해 20만5000톤(t)에 육박했다. 그로 인해 전국 13곳에 마련된 의료폐기물 전용처리시설의 소각한계량에 다다른 상황이다. 알려진 바로는 이미 처리용량의 120%를 넘어 법정 한계수준인 130%에 이르렀다.

의료폐기물 처리시설들은 한계에 이른 소각로가 폭발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자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거나 처리비용을 크게 높였고, 의료기관은 인체감염이나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는 일반쓰레기에 섞여 매립되거나 불법으로 버려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뚜렷한 해법으로 제시된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추가설립은 선정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진도를 나가지 못하거나 선정이 취소됐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분리배출 및 운반·처리를 전제로 감염 우려가 없는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등의 개정을 예고했다.

◇ 환경부,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근본대책 아니다”

문제는 의료계도, 폐기물처리업계도 환경부의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기관들은 일회용 기저귀를 감염성 여부를 따져 분리배출하고, 이를 별도로 수집·보관·운송하기가 오히려 번거롭고 부담이 커진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폐기물처리업체들은 정부가 의료페기물에서 제외한 일회용기저귀 또한 감염병 확산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하 의폐조합)은 10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를 무작위로 수거해 유해균의 검출여부를 조사한 결과, 92%에 달하는 총 97곳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며 이번 환경부의 개정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에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반대의견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의료폐기물의 10~15%를 당장 줄일 수 있어 폐기물 처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점에서 의료기관들의 분리배출에 따른 부담증가로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조합이 반대하는 이유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의폐조합에서 제기한 우려 또한 의료기관에서 2주가량 폐기물로 보관됐다 처리시설로 옮겨진 일회용 기저귀를 무작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보관 및 이동 과정에서의 감염균 전파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다, 문제시된 감염균들은 일반인들 대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위험성이 적어 과장된 바가 없지 않다고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소각업계의 반대에 막혀 전용소각제도 폐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단기적 방안”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분리 배출 및 소각을 명시한 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단계적인 법 개정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전용소각제도 폐지카드 가능할까?

실제 다음 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의료폐기물 대란 등의 상황발생시 환경부장관이 환경오염이나 인체 위해도가 낮은 의료폐기물에 한해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위원회 소속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경부에서 언급한 ‘전용소각제도’ 폐지를 담은 개정법률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을 추가설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된 것처럼 일반폐기물 소각로와 의료폐기물 소각로의 구조나 소각온도 등이 다르지 않은 만큼 이를 분리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로는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일반과 의료폐기물을 별도로 구분할 이유는 없다. 법에서 구분하고 있을 뿐”이라며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나누는 것도 보관이나 운반과정에서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나누게 된 것이다. 만약 소각구분이 없어진다면 의료폐기물 대란우려는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쉽지는 않은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폐기물만을 별도로 취급, 수집·운송·소각하는 기업이나 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폐기물업계의 반대가 심해 전용소각제도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한 병원계 관계자도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 소각로가 동일하다면 멸균이나 감염병 차단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과 의료로 구분하고 이를 전용소각장에 따로 보내야하는 부담을 늘릴 필요는 없지 않겠냐”면서도 “지금도 의료폐기물 대란을 이유로 비용을 올리려고 혈안인데 이를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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