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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영아', 학대로 68명 사망…4건 중 1건은 매일 학대2018-10-12 13:16:00

출생한지 얼마 안돼 말도 못하는 영아가 지난 10년 간 학대로 6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비례대표)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아동학대의 최다 가해자는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건수를 보면 2013년 5454건에서 2017년 1만703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2018년(1월~8월) 역시 부모가 최다 유형으로 집계됐다.

부모의 경우 재학대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에 의한 재학대(2회 이상 학대 사실 적발)는 2009년 87건에서 2017년 1875건으로 21배 급증했다.

아동학대는 만성적인 행태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데, 2016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매일 발생한 사례가 4364건(23.3%), 2~3일에 한 번인 경우가 2384건(12.7%), 일주일에 한 번인 경우가 2260건(12.1%)으로 파악됐다. 즉,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피해아동 전체의 48.1%(9008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학대피해에 따른 사망아동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년간 아동학대 피해 사망아동은 총 171명에 이르며, 이 중 영아(출생 후 사망)는 68명(40%)에 이른다.

영아의 경우 학대에 대한 저항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학대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외부 노출 가능성이 기타 연령에 비해 적기 때문에 피해사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아는 전 연령 중 방임(아동 유기 및 기본 보호·양육·치료·교육 등 책임 방기)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만 1세 미만 영아의 방임 발견율은 7.1%로 전체 연령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특히 방임 피해 아동은 장애, 정서·정신건강, 적응·행동, 신체건강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피해 사망 아동 중 형제자매가 있었던 경우는 171건 중 82건(48%)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피해아동 형제자매는 총 126명이며 형·오빠 내지 누나·언니 등 손위형제가 70명(55.5%), 동생은 37명(30%)으로 집계됐다. 이 외 양부모 자녀, 위탁모 친자 등은 총 7건(5.5%)으로, 직접 친족관계에서 더 많은 학대치사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피해아동 형제자매에 대해서는 학대행위자 고소고발 및 절차지원, 심리검사 등 지원을 실시하지만 직접적인 학대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원가정 분리 등 적극적인 조치는 시행하지 않는 상황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의 형제자매들은 직접 학대를 받은 아동들과 동일한 수준의 일상생활상의 스트레스, 환경적 문제, 행동적 문제 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또한 학대상황을 제어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심한 죄책감과 자신도 미래에 학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대피해아동 형제자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들 피해에 대한 부처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가정을 선제적으로 예측·선별해 양육환경을 확인·점검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30억 원을 개발비로 투입해 2017년 시스템을 구축한 이래 사회보장 빅데이터(학교 출결 상황, 영유아 건강검진 및 예방접종 미실시 기록 등)를 활용해 올해 총 1820명을 아동복지 사업과 연계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사회보장 빅데이터는 출생 신고를 통해 행정상 등록된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부모의 출생신고 누락 등 행정 정보에 오르지 못한 아동은 학대 사실 발견이 어려운데다 의료·복지·교육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에서 배제되는 한계가 드러났다.

장정숙 의원은 아동학대 증가세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부처가 아동학대를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해서, 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아동이어서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는 사건이 발생해야 잠시 이목을 끌 뿐, 매년 비슷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며 “아동학대 피해예방, 연구, 예산배정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 아동학대 근절은 요원한 일”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방지 사업상 허점을 지적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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