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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밀리고 불편하고 허술한 영유아 건강검진2018-07-17 01:31:00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식자들은 저출산 문제해결의 선결조건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정부도 아동수당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는 등 동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유아들의 건강과 발달정도를 미리 알고 대처하는 등 예방정책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맞벌이 부부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기가 어려워 일정을 놓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검진기관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찾아도 주말은커녕 평일 2시면 마감되는 검진시간 때문에 휴가를 내 예약을 하지 않으면 검진을 받을 수 없어서다.

실제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이나 발달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사를 위해 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건강검진이지만 정작 소아과 의사들은 기피하고 부모들에겐 불편하고 미진하기만한 제도”라고 힐난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만을 이들 부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신손문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이 지난해 수행한 ‘영유아 건강검진 개선방안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문제제기는 영유아를 둔 대다수의 부모들이 갖는 불만이었다.

전국 10개 대학병원에 내원한 6세 미만 영유아 중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는 영유아의 보호자 1000명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140명의 영유아 보호자들 중 응답자 1050명의 45.5%가 꼽은 문제는 ‘결과상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뒤를 이어 ‘원하는 시간에 검진을 받을 수 없다’가 37.6%, ‘예약이 잘 안 된다’가 32.9%를 차지했다.

보호자들이 꼽은 영유아 건강검진의 개선사항으로는 ‘충분한 육아상담(45%)’, ‘혈액검사 등 검사 추가(41.8%)’, ‘평일 저녁시간 또는 공휴일 검진 확대(36%)’, ‘1년 중 아무 때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34%)’, ‘원하는 시기에 검진기관에 예약이 가능하도록 개선(29.1%)’ 순이었다.


◇ 정부 해법은 ‘수가’ 인상… 더 달라는 소청과 의사들

연구진은 설문조사 결과와 해외 영유아 검진제도를 바탕으로 ▶생후 1주와 4주에 영아기 검진 2회 추가 ▶1년 주기 검진 시행 ▶평일 저녁시간때 검진 시행 ▶검진을 위한 보호자의 공가 법제화 ▶건강교육 항목 추가 및 주기별 검진항목 재배치 ▶예산 범위에서 정책적으로 결정된 수가의 정상화 등을 제안했다.

1년 내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보호자들의 요구는 정기검진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어린이집 입학 시기면 검진 수요가 집중돼 검진받기가 더욱 어려워지며, 검진시기를 잊어 검진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휴일의 진료는 주로 응급이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시행돼야한다고 봤다.

다만, 수검자 보호자가 원하는 시간에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평일 검진가능 시간을 늘리거나 부모와 함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직장 등에서 검진에 참여하는 부모에게 법적으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상담 및 행정비용’, ‘발달평가 및 상담’, ‘건강교육 및 상담’의 3가지 유형으로 구성된 수가를 정상화하는 등의 개선을 통해 검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과 의사들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근거 없이 예산 범위 내에서 의원급 초진 진료비의 80%에 그치고 있는 ‘상담 및 행정비용’ 수가를 100% 이상으로 조정하고, 연령별 가산제도를 도입해 진료의 난이도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2007년 6600원으로 고정된 채 10년간 변동이 없었던 ‘발달평가 및 상담수가’나 역시 10년간 인상없이 기본교육 6000원에 추가 교육항목 당 1500원의 수가를 지급하고 있는 ‘건강교육 및 상담’ 수가의 인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연구결과와 함께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개선 협의체’에서의 논의에 기초해 올해 초 상담 및 행정비용수가를 기존 2150원에서 3000원으로, 발달평가 및 상담영역과 건강교육 및 상담영역을 각각 20% 가량 인상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영유아 검진에 소요되는 시간과 난이도, 의사들의 노력을 감안, 올해 (수가를) 획기적으로 올렸다. 다른 검진분야에서 영유아 검진만 올리느냐는 이야기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호자들의 불편은 개선되지 않는 분위기다. 영유아를 둔 또 다른 보호자는 “여전히 소아청소년과에서는 검진을 하는 곳을 찾기 어렵고, 환자들에 밀려 검진예약을 하기 어려운데다 검진결과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시간도 짧다”고 개선사항을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가 인상이 이뤄졌음에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여전히 영유아 검진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수가가 부족하다”면서 의료기관에서 영유아 검진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가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여타 분야와의 균형이나 재정상황을 고려해 수가를 정상화하고 소청과 등 검진기관의 기피현상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현재 수가인상 외 제도개선대책은 없다면서도 “이달 내 추가 연구용역과 협의체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을 위한 추가사항들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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