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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길을 묻다] “현실에도 낭만닥터 분명 있어"2017-02-06 08:11:00

드라마 ‘낭만닥터김사부’ 의학자문의 강정희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많은 의사들이 진료 원칙과 소신사이에서 고민합니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속 김사부의 거침없는 모습에 대리만족했다는 동료들도 많았죠. 그렇지만 현실에도 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낭만닥터가 분명 있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정희 의학자문의(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한동안 정의로운 의사들에게 푹 빠져 울고 웃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의료현장의 모습을 얼마나 잘 재현했느냐는 의학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는 흥밋거리 중 하나다. 수술 장면의 손 대역부터 진료현장 재현, 그리고 현장 배우들의 연기자문까지 모두 의학자문의의 손을 거쳤다. 드라마 촬영현장에 함께 참여하며 의학자문을 담당한 그는 실제 의료진으로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강 자문의는 “응급실 노부부 에피소드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며 “할머니에게 심정지가 오자 할아버지가 우리는 심폐소생술 안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서 한 번 심정지가 오면 다시 심장이 뛰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퇴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병원에서 만났던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사망선언할 때 감정을 섞으면 안 된다. 단호하게 선고해야 하는데 끝까지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환자의 죽음 앞에서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던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환자들을 대하다보면 죽음에 무뎌지기도 한다. 강 자문의는 “서현진씨를 비롯한 배우들은 실제 현장에서 의사들의 심정이나 목소리 톤이 어떤지 가장 많이 질문했다”며 “그런데 사실 의료진들 입장에서는 늘 겪는 일이다. 응급실의 환자들은 대부분 위중한 상태이기 때문에 매번 감정적일 수는 없다. 오히려 위급할수록 담담하고 차분해지는 의사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의료현장과 다른 모습도 적지 않았다. 강 자문의는 “의학드라마를 보면 수술방에서 의료진이 ‘매스’하고 손을 내미는 장면이 많은데 실제로는 수술 중에 일일이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의료진마다 담당 수술이나 역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환자를 두고 경쟁하거나 한 환자에 의료진 여럿이 우르르 매달리는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환자를 우선으로 대하는 의사의 모습이 주목받았다. 환자 상태가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위중하지만 보호자 동의를 받지 못해 의료진들이 전전긍긍할 때 김사부가 흔쾌히 수술을 결정하는 장면 등이다. 이에 대해 강 자문의는 “의료 현장에서 적용되기는 무척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큰 병원일수록 진료 매뉴얼이 체계화돼 있어 의사 임의대로 수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환자나 보호자들의 의료지식 수준도 높아졌고 모든 결과가 긍정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신보다는 원칙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의 정의로운 의료진의 모습이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강 자문의는 오히려 대리만족했다고 답했다. 그는 “많은 의사들이 진료 원칙과 소신사이에서 고민한다”며 “현실에서 환자를 살리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법적인 문제들이 나타날 소지가 높다. 대개 원칙대로 여러 절차들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치료가 급한 상황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있고 환자를 대할 때 점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때 그렇다. 그런 면에서 김사부의 거침없는 모습에 대리만족했다는 동료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강정희 자문의는 “하지만 현실에도 분명 낭만닥터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사부의 소신을 가지고 원칙에 따라 진료에 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존경스러운 교수님이 계셨다. 작은 부분이라도 직접 나서서 환자를 살피던 분이셨다. 드라마 속의 급박한 상황에서라면 분명 법적인 문제보다는 환자 생명을 우선으로 다루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어보였다.

가장 인상깊은 대사로 ‘실패보다 더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게 바로 후회라는 놈’이라는 김사부의 대사를 꼽았다. 강 자문의는 “드라마 속 상황처럼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가 있다. 이때 반드시 후회가 따라온다는 김사부의 조언에 개인적으로 깊이 공감했다”면서 “죽고 사는 문제는 신에게 달렸지만 인간으로서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필요한 고민과 답을 안겨준 뜻 깊은 경험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