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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의사가 찾아왔다 [의료, 집으로①]2023-03-23 08:55:00

김주형 집으로의원 원장(왼쪽)과 김지영 간호부장(오른쪽)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가정을 방문해 상담 후 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계단 때문에 병원에 못 갔는데…. 이렇게 집에서 의사 선생님을 편하게 보니 좋네요.”

박윤주(가명·72)씨에게 병원 문턱은 까마득하게 높다. 2층에 위치한 동네 병원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윤주씨는 젊었을 적 높은 곳에서 떨어진 뒤 하반신이 마비됐다. 50년간 침대에 누워있는 와상생활을 하다 보니 엉덩이에 욕창까지 생겼다. 집에선 팔을 이용해 기어 다니며 약을 찾거나 화장실을 간다. “팔이 너무 저리고 쑤셔요. 아파서 밤에 잠도 못 자요. 진통제라도 놔주면 좋겠는데, 다리가 이래서 계단을 못 오르니까 병원을 못 갔죠.”

윤주씨에게 마지막 희망이 된 건 방문진료 서비스다. 김주형 집으로의원 원장과 김지영 집으로의원 간호부장이 지난 8일 윤주씨 집 문을 두드렸다. 전담 방문진료 기관인 집으로의원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기관으로, 지난 2월 경기도 분당 지역에서 최초로 방문진료 및 재활 서비스를 시작했다.

윤주씨는 간호방문요양센터가 집으로의원에 방문 요청을 넣은 환자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의사가 직접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원장과 김 간호부장이 윤주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허리둘레를 재고, 혈압과 혈당을 측정했다.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중복된 성분은 없는지도 살펴본다. 

김 원장의 시선이 윤주씨의 발등으로 향했다. “발에 상처는 왜 난 거냐” 묻자, 윤주씨는 “상처가 있는지도 몰랐다. 감각이 없으니까 어쩌다 다쳤는지 모르겠다. 기어 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부딪혀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건강상태 뿐 아니라 기분은 어떤지, 식사는 잘 챙겨 먹는지도 묻는다. 윤주씨가 “아파서 못 먹겠다”고 하니, 옆에 앉아있던 요양보호사가 “복지관에서 준 도시락 하나로 하루 끼니를 떼운다”며 김 원장에게 고했다. 김 원장은 “어머님(윤주씨를 지칭), 제일 중요한 게 식사예요. 안 그래도 체력이 떨어진 상태인데 영양이 보충되지 않으면 근력이 확 떨어져요. 약국에서 식사 대용으로 나온 팩을 사먹는 것도 방법이니까, 꼭 드셔야 해요”라고 당부했다.

김지영 간호부장이 수액을 걸어둘 곳을 살피다 옷장 틈새에 고리를 넣었다. 방문진료 시 수액걸이가 따로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 수액을 걸어둘지도 고민거리다.   사진=김은빈 기자

김 원장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윤주씨는 그간의 고통을 토로하기 바빴다. “아프니까 삶의 기쁨도 빼앗긴 것 같다” “매일 끙끙 앓으며 누워있다”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너무 아픈데, 수액 좀 놔주면 안 되나요?” 윤주씨의 요청에 김 원장은 잠시 주저했다. 병원에서 맞는 것보단 비용이 더한 탓이다. “어머님 좀 덜 아프게 소염 진통제 섞어서 수액 놔드릴 순 있는데요. 8만원이에요. 괜찮으세요?”라고 묻자, 윤주씨가 “비싸네” 작게 읊조렸다. 결국 김 원장이 “어머니, 내가 선물로 드릴게. 1만원만 주세요”라며 웃어보였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진료는 10시50분이 돼서야 끝났다. 3분, 길어도 5분 이내에 끝나는 병원 진료실 안에서의 진찰에 비해 시간이 10배는 더 드는 셈이다. 윤주씨는 집밖을 나서는 김 원장과 김 부장에게 연신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집으로의원은 김주형 원장과 김지영 간호부장 2명이 팀을 이뤄 방문진료를 한다. 두 사람은 경험이 많은 ‘드림팀’이다. 김 원장은 아주대병원 교수, 아주대 요양병원 진료부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상근평가위원을 역임했다. 김 부장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와 함께 닥터헬기에 오른 인물이다. 의료현장에서 소위 ‘베테랑’이라 불리는 이들이지만, 재택의료 관련 시스템이 전무한 탓에 아침 7시에 출근해 연구를 거듭한다고 한다.   사진=김은빈 기자

윤주씨 집에서 나오는 길, 횡단보도를 힘겹게 건너는 노인을 본 김 원장이 걸음을 멈췄다. 김 원장은 그에게 다가가 “제가 집으로의원 원장인데요. 몸 불편한 장애인 분들, 어르신들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진료해드려요”라며 명함을 건넸다. 노인을 부축하던 요양보호사는 “이런 게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지나가던 행인도 관심을 보였다. “우리 어머니도 몸이 불편한데, 그거(명함) 좀 줘봐요.”

오늘도 김 원장은 마치 영업사원처럼 발품을 판다. 방문진료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연 18회의 방문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선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 이러한 탓에 김 부장이 직접 구청, 시청, 보건소, 동사무소를 돌아다니며 홍보하는 실정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문진료에 맞는 EMR(전자의무기록)도, 수가체계도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날처럼 싼 가격에 수액주사를 놓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방문진료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서의 진료와 방문진료는 판이하게 달라요. 진료실에선 환자가 인사를 하며 들어오지만, 방문진료는 의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기 때문에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죠. 환자의 집에 들어가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이잖아요. 경제적으로 어려워 식사를 못 하고 계시는지, 돌볼 사람이 있는지, 우울한지, 치매 초기 증상인지. 진료실 안에 있으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증상을 방문진료에선 발견할 수 있으니 검사할 수 있죠. 의료적 처치도 중요하지만, 건강 형평성이나 커뮤니티케어 구현 등의 차원에서도 재택의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으로의원의 방문진료 전용 차량. 김주형 원장 말에 따르면 왕진의사 대부분은 경차를 애용한다. 차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사진=김은빈 기자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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