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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오매불망 ‘신약’ 도입, 더 늦어지나2022-12-06 07:03:00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 글로벌 신약을 이용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의 약가가 국내에서 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해외약가 참조기준 개정안 의견제출 기간이 이번주 마무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지난달 21일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일부개정 규정안에서 ‘별첨 5. 외국 조정가격 산출 기준 및 방법 규정화(해외약가 참조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1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약품의 가격은 각 국가의 경제력, 시장 환경, 보험제도 등에 따라 상이하게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국내에 들여올 신약의 가격을 평가할 때 해외약가 참조기준인 국가에서 책정한 약가를 참고한다. 

개정안은 기존 참조국인 A7(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해 A9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가격 산출 기준 및 방법도 명문화했다. 국가필수의약품 중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 대상국가를 추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개정안을 두고 업계는 해외 신약의 국내 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약가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캐나다와 호주가 참조국으로 추가되면서 정부가 해외 신약의 가격을 더욱 낮게 책정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호주의 경우 자국 제약산업을 육성하지 않고, 저가 약가정책을 펴면서 혁신의약품 및 특허 만료의약품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PRIA)는 “현재도 국내에서 너무 낮은 가격이 책정되고, 보험등재가 어려워 급여가 지연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항암신약 및 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국내 도입 시기를 지연시켜 환자의 신약접근성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한 초고가 바이오신약 ‘졸겐스마’와 ‘킴리아’의 국내 가격이 A7 가격보다 약 30~35% 낮게 책정됐다는 점도 강조됐다. 졸겐스마는 척수성근위축증, 킴리아는 백혈병 치료 신약으로 두 약 모두 1회 투약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을 때 가격은 졸겐스마 약 20억원, 킴리아 약 5억원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신약의 가치에 상응하는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에 신약 출시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 업계 견해다. 

KPRIA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호주 약가 참조로 국내 약가가 현행보다 더 낮게 책정된다면, ‘코리아 패싱’이 더욱 심각해지고 현재 평균 2년여가 소요되는 항암·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 기간이 훨씬 더 지연될 것”이라며 “현재 전세계 허가된 신약 중 A7 국가는 평균 58%의 신약을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반해, 한국은 35%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심평원은 개정안 시행의 효과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약가 참조기준, 조정가격 산출 기준 및 방법 등은 제정된 이후 한 번도 손질하지 않아 낡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이에 그동안 개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올해 처음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규정을 확립하기 위해 개정을 시도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참조국 추가뿐 아니라, 가격을 산정하는 수식도 수정됐다. 때문에 약가가 일률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 심평원의 설명이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약제평가부 관계자는 “개정에 따라 어떤 품목은 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있고, 반대로 어떤 품목은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며 “개정안은 약가를 떨어트리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 더욱 합리적이고 근거가 명확한 평가 방식을 명문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캐나다와 호주가 약가가 지나치게 낮은 국가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볼 때, 그 국가들이 모든 약의 가격을 무작정 낮게 책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미 워킹그룹과 연구용역 등으로 업계와 조율을 해왔다”며 “물론, 개정안이 일부 품목에서는 약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효과를 목적으로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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