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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간호 원했다”…인력 부족에 일그러진 간호사들2022-07-04 17:06:00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료연대본부가 ‘환자안전과 간호인력기준 법제화를 위한 시민행동’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국내 간호사는 1명이 수십 명의 환자를 돌본다. 외국은 많아야 1명당 6명의 환자를 본다. 낙상, 욕창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는 배경에는 턱 없이 부족한 간호사도 원인으로 꼽힌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를 비롯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시민단체가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안전과 간호인력기준 법제화를 위한 시민행동’ 출범을 알렸다. 

시민단체를 포함해 총 29개의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간호인력기준 법제화 시민행동’은 간호인력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들이 시민행동 출범을 결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년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던 ‘간호인력인권법’이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5월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간호법’에 이미 간호인력인권법과 같은 취지가 반영돼있다며 폐기수순을 밟으려 해 규탄을 받기도 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항의에 따라 논의 필요성이 인정돼 현재는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간호인력인권법 핵심은 간호사 1인당 담당환자수를 법으로 정하는 것에 있다. 반면, 법안 통과에 놓여있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간호법이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넓은 테두리로 시작하는 법안이라면, 간호인력인권법은 현장 간호사들을 위한 구체적인 조항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문제가 되는 간호 근무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법안은 ‘간호인력인권법’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간호인력인권법은 지역임금격차 해결을 통한 지방인력수급,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장료금 지급 등 간호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담고 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간호인력기준 법제화 시민행동 공동대표)은 “간호법에는 간호인력기준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고 처벌규정이 없다. 간호인력인권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며 “간호사들이 더 이상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막고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으려면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16명…환자 간호에 24시간 중 2.7시간 할애

의료연대본부는 국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는(환자 스티커를 떼어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국내 경우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을, 의원급처럼 작은 의료기관의 경우 43.6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미국 5.7명, 핀란드 5.5명, 스웨덴 5.4명, 노르웨이 3.7명 등과 비교하면 몇 배는 많은 수치다.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가 적다보니 장기간 근무 및 초과 근무, 높은 업무 강도 및 불충분한 휴게시간 등이 발생하고, 결국 간호사들이 1년도 안 돼 병원을 떠나게 된다. 

또한 간호사 수 부족은 간호사 사이에 발생하는 직장내 괴롭힘 ‘태움’ 문제 발생 원인이기도 하다. 업무 강도가 높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그 스트레스를 후임에게 전가시키는 퇴폐된 직장 문화가 생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환자의 건강, 감염여부, 사망률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다. 반대로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간호인력확보 수준이 환자 건강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이에 병동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이 노조를 통해 ‘간호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처벌 기준이 없다보니 병원은 ‘나몰라라’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의료연대본부는 지적했다.

김경오 보라매병원 간호사가 간호인력기준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김경오 서울대병원분회 간호사(보라매병원)는 “병원에 환자가 입원해서 하루 24시간 중 제공받는 간호시간이 2.7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환자가 있어 최소한의 간호밖에 제공할 수 없다”며 “여기에 한 명이라도 상태가 악화되면 나머지는 그 최소한의 간호조차 받지 못한다. 이는 간호사 스스로의 죄책감으로 돌아 온다”고 밝혔다.

이어 “입사 후 7년 동안 병원에 ‘못 버티겠다, 인력을 달라’고 호소했지만 ‘기준은 충족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정원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 뿐이었고, 서울시에 찾아가니 ‘병원과 해결하라’라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간호사를 돈으로 생각하는 병원과 정부에 (간호사들은) 오늘도 고통 속에서 일하고 있다. 업무 과다에 허덕이면서 그렇게 지난 2년 간 서울대병원에서만 310명의 간호사가 떠났다”고 말했다.

이서영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현행 의료법상에 부족하나마 인력기준이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해 그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병원들은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인건비를 아껴서 얼마간의 이득을 취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간호사에게 가고 있다”며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 간호사의 직업병, 그리고 죽음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0만명을 넘길 만큼 지지하는 법안이지만 국회는 이를 뭉개려고 하고 있다. 환자들이 충분한 간호를 받고 간호사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그날까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위해서 끝까지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표명했다.

간호인력기준 법제화 시민행동은 오늘부로 서명 운동, 지역 선전전, 토론회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해당 법안을 논의하고 책임질 보건복지위원회 구성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간호인력인권법은 보건복지위원회의 공석에 따라 제대로 된 논의없이 심시기간만 흘러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민행동은 보건복지위원회의 조속한 구성을 촉구, 국민의 뜻을 이어받아 각종 언론 홍보를 통해 해당 법 제정의 시급성을 알릴 것이다. 안전한 사회 그리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간호인력인권법에 대한 정부 역할을 촉구한다”고 강력히 전달했다.

한편 이번 간호인력기준 법제화 시민행동에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간호사·의사·약사·한의사 등 28개 단체가 참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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