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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로 임신중지 늘어난다? 오히려 ‘줄었다’2022-06-30 17:02:00

쿠키뉴스 자료사진

우려와 달리 낙태죄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져도 임신중지율이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 임신중지율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30일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보사연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것으로 지난 2005년, 2011년, 2018년에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가임기 여성(만 15~49세) 8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했다. 최근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진 점을 반영해 조사대상 연령을 기존 15∼44살에서 15~49살까지로 늘렸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 이뤄진 첫 대규모 실태조사다. 조사 결과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임신중단을 선택한 여성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8.6%는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조사와 비교를 위해 대상을 만 15~44세 성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좁히면 임신중절 경험률은 이전 조사(10.3%) 대비 3.7%p 줄어든 6.6%였다. 인공임신중절 평균 횟수 역시 이전 조사(1.43회)에 비해 1.04회로 감소했다. 

2020년 만 15~44세 여성의 인공임신중절률은 1000명당 3.3건으로, 추정건수는 약 3만2063건이었다. 여성들의 인공임신중절 당시 평균 연령은 28.5세로 추정됐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미혼’인 이들이 가장 많았다. 미혼 50.8%, 법률혼 39.9%, 사실혼·동거 7.9%, 별거·이혼·사별 1.3%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전반적인 임신중절 지속 감소 원인으로 △피임 인지율(2018년 47.0%→2021년 53.6%) 증가 △임신중절 경험자의 평균 횟수 감소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2017년 1027만9045명→2020년 970만1101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임신중단을 희망하게 된 이유는 주로 사회?경제적 이유였다.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와 ‘고용불안정, 저소득 등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34.0%로 가장 많았다. ‘자녀를 원치 않거나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 때문’도 29.0%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은 안전한 임신중절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도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수술을 통한 인공임신중절 비율이 높았지만, 현재까지 불법인 약물 사용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인공임신중절 경험자 중 수술만 받은 경우는 92.2%였고, 약물을 사용한 경우는 7.7%였다. 특히 약물만 사용한 경우는 2.3%에 불과했지만 약물 사용 후 수술한 경우는 5.4%였다. 부작용으로 인해 수술을 추가로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약물을 선택한 이유는 ‘수술보다 안전할 것 같아서 혹은 부작용이 덜할 것 같아서’ 36.2%, ‘비용부담이 적어서’(31.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약물 사용 비용은 10만원 미만 36.2%, 10~20만원 미만 21.3%, 50만원 이상 14.9% 등이었다.

특히 임신중단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결국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지는 등 음성적인 경로를 찾게 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관련 정보에 대한 주된 습득 경로는 ‘인터넷 게시물 또는 온라인(인터넷)을 통한 불특정 대상’이 46.9%로 가장 많았다. ‘의료인’은 40.3%, ‘친구 및 지인’ 34.0% 순으로 나타났다. 

임신중단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에 드는 비용 정보’를 가장 많이 필요로 했다.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이나 ‘인공임신중절 방법, 부작용 및 후유증’에 대한 정보 필요도도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피임 정보도 인터넷에서 주로 획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한 여성(447명) 중 인터넷(포털게시물, 유튜브 등)을 통해 피임 정보를 주로 획득한 경우가 69.3%에 달했다. 학교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여성은 29.5%에 불과했다. 이밖에 지인이 27.8%, 의료기관 23.9% 순으로 나타났다.

임신중단 이후 사후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 이후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는데도 이를 치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55.8%가 불안감, 죄책감 등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치료를 받은 여성은 16.9%에 불과했다. 자궁천공, 습관성 유산 등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 이들은 7.1%였고, 이 중 48.8%만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에는 정보가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46.7%는 ‘치료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라고 답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답변도 24.6%에 달했다. ‘치료받으러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라는 응답도 12.1%에 육박했다.

이에 여성들은 국가가 제대로 된 피임교육을 하길 원했다.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 1순위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4.2%)’을 꼽았다.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도 21.5%로 집계됐다.

특히 인공임신중절 전후 의료적 상담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97.8%에 달했다. 또한 의료상담 이외에 심리·정서적 상담(97.5%), 임신?출산·양육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97.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료현장에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체입법 공백으로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부인과 의사 126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인공임신중절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 법?가이드라인 부재로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이 29.7%로 가장 많았다. 관련 개선사항도 법 개정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56.2%로 가장 높았다. 

보사연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피임 실천과 인공임신중절 경험 과정 등에서 취약성과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 15~49세 여성의 피임 지식 및 정보 습득은 인터넷 등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인공임신중절 과정에서 수술 가능한 의료기관이나 비용과 같이 인공임신중절 가능성과 위험성에 직결되는 정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체입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사연은 “모두가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환경과 현실을 반영한 제도가 갖추어지도록 대체입법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며 “인공임신중절과 출산 이행 선택 사이에서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여성과 의료진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환경에 대한 정책 욕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명확히 파악했다”면서 “특히 보고서를 통해 약물을 통한 임신중단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1년 8월부터 산과 병원에 가면 인공임신중절의 전반적인 과정, 전후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의료진에게 상담 받을 수 있다. 전문가에 문의할 수 있도록 제도권 안에 만들어놨다”면서 “이밖에도 산과 협회와 함께 의료진 가이드라인 배포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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