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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우려하는 의료계…“처벌 아닌 예방 초점”2022-05-26 17:47:00

쿠키뉴스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그랜드볼룸에서 2022 쿠키뉴스 미래행복포럼 '중대재해법, 보건의료계 안착하려면?'을 개최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이 넘었다. 보건의료 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잘 안착하기 위해 구성원의 인식 전환과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쿠키뉴스가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2 미래행복포럼’에서 주제발표로 참여한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의료계에서도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실제로는 처벌보다 예방에 방점을 둔 법”이라며 “처벌을 면하기 위해 골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지,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기업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망자가 1명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하거나, 동일 유해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연면적 2000㎡ 이상이거나 병상 100개 이상인 곳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연면적 1000㎡ 이상인 노인요양시설도 포함된다.

보건의료계도 산업재해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2019년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 기간 집무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발병 직전 1주 업무 시간이 129시간 30분이었고, 발병 직전 12주 동안 1주 업무 시간도 평균 118시간 42분에 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휴일도 없이 주야간 근무했고 응급 상황에 따른 정신적 긴장이 크다는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이 확인됐다”면서 사인을 산업재해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지난 2018년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고(故) 박선욱 씨가 산업재해 피해자로 인정됐다. 고 박씨 사망을 두고 병원 내 가혹 행위 이른바 ‘태움’ 의혹이 제기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내 적절한 교육체계나 지원 없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피로가 누적되고 우울감이 증가해 자살로 이어졌다”면서 산업재해 피해자로 인정했다.

쿠키뉴스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그랜드볼룸에서 2022 쿠키뉴스 미래행복포럼 '중대재해법, 보건의료계 안착하려면?'을 개최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이하의 벌금, 부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을 두고 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기 때문에 그 특성이 감안돼야 한다는 토로도 나왔다.

정 교수는 “사업주나 법인에 대한 처벌은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 발생한다. 예방 조치 의무를 충분히 다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산업계의 두려움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든 업종에 다 적용을 하는 데 중소병원만 제외해달라는 요구는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병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컨설팅을 정부 기관에서 지원해준다면 중소병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일선 병원들의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예방체계를 갖추면 되는데 여기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대형 로펌에 컨설팅을 맡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방안으로 △안전보건경영방침 수립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유해위험요인 사전 파악 △안전보건 예산 편성 △관리감독자 지정과 교육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배치 △직원 의견 청취 △급박한 위험대비 매뉴얼 마련 △도급, 용역, 위탁업체 관리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환자를 돌보는 데는 아낌없이 지원하고 투자했으나 정작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에게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봉사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료인들의 어려움, 고충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의료기관에 있는 많은 직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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