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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헬스] 청춘들도 마음 골병…‘라떼’보단 ‘관심’을2020-09-16 04:10:00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 10~30대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한국에서 높은 자살률 원인에는 정신건강, 경제적 문제, 건강문제 등이 있는데, 이 삼중고가 코로나19 유행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자살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젊은 날의 진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문화적 특성 때문에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 예방을 위해선 당사자 본인의 직접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조언이 자살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표현)’라는 말처럼 젊은 세대의 고충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자살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10~20대 자살률 증가…‘우울증’ 등이 원인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20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8년 자살자 수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1만3670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9.5% 증가해 26.6명이다. 성별 자살률은 남자(38.5명)가 여자(14.8명) 보다 2.6배 높고, 전년 대비 남자는 3.6명(10.4%), 여자는 1.0명(7.4%) 증가했다.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 69.8명으로 최소 수준이지만,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0대다. 

2018년 청소년(9~24세) 자살 현황을 보면, 청소년 자살자 수는 827명, 자살률은 9.1명이다. 전년 대비 자살자 수는 105명(14.5%) 증가했고 자살률은 1.4명(17.8%) 늘었다. 청소년 자살률은 남자(10.0명)가 여자(8.1명) 보다 1.2배 높고, 전체 자살사망자 중 남자는 57.6%, 여자는 42.4% 비율 차지했다.

특히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살시도자 중 10대와 20대의 증가율이 최근 4년(2015~2019년) 새 7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자살시도는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상해요인 대상자 중 자살시도 대상자의 급여현황’ 자료에 따르면, 4년간 증가율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연령대는 10대와 20대였다. 10대는 4년 새 21건에서 36건으로, 20대는 109건에서 187건으로 각각 71.4%와 71.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연령대의 자살 동기로는 2018년 기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1.6%), 경제생활 문제(25.7%), 육체적 질병 문제(18.4%) 순으로 높았는데, 10~30세의 경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는 자살생각률과도 연관된다. 2018년 기준 폭력으로 인해 병원 치료 경험이 있는 학생의 자살생각률은 42.3%, 약물 경험이 있는 학생의 자살생각률은 39.4%, 우울감 경험이 있는 학생의 자살생각률은 38.2%로 높게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성인은 자살생각률이 27.0%, 주중 평균수면시간이 4시간 미만인 성인의 자살생각률은 25.1%, 주관적 건강상태가 나쁜 성인의 자살생각률은 12.5%로 집계됐다.

20~30대에서는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정신건강도 악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성인 5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8∼29세 남자의 우울증 일년유병률은 2011년 2.4%에서 2016년 3.1%로 증가했고, 20대 여성은 과다한 음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데도 술을 마시는 ‘알코올 사용장애’가 증가했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정신장애 증상’이 있고, 음주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요인이 있다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주변인이 나설 필요가 있다. 


◇ ‘경고신호’ 보내지만 인지 못해…단순 스트레스로 이해하기도

특히 자살시도자의 대부분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시도 전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전 주변인들이 ‘경고신호(warining sign)’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살 전 경고신호란, 자살사망자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를 의미하는 것으로, 언어적·행동적·정서적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6년~2018년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참여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총 3만 8193명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자살시도자의 절반 이상(52.0%)은 음주 상태였고, 자살시도자 대부분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며(87.7%), 50.8%는 자살시도 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시도의 진정성 항목에서도 ‘도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로 응답한 비율(37.3%)이 ‘정말 죽으려고 했으며,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응답한 비율(34.8%)보다 높았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위기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죽음을 생각하지만, 자살 시도를 통해 주변에 구조의 신호를 알리고 싶어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심리부검 면담 총 298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심리부검 대상자의 92.0%가 사망 전 죄책감, 무기력감, 과민함 등의 감정 상태 변화와 수면상태변화 등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경고신호 분류 표. 중앙심리부검센터 제공


그러나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은 21.4%에 불과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자살 위기 신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수준이 낮다. 

지난해 이화여자대학교 안순태 교수팀(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이 호주 국립대학교(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심리학과 티간 크루이 교수팀과 함께 한국과 호주의 일반인 506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한국 사람들은 호주 사람들에 비해 자살 위기 신호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살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참가자 506명에게 일상의 스트레스 상황(정상)과 자살 위기 상황(자살 징후)을 묘사한 삽화(vignette)를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호주 사람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3.94점)보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4.22점)에게 높은 걱정을 표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3.89점)과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3.86점)을 향한 걱정 정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정상과 자살 징후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으며,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을 ‘별일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응답도 상당수 발견됐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자살 위기 신호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문제나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해하고 있었다. 

또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향해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힘내라’ 등과 같이 개인적이고 소극적 수준의 조언들을 주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향해 ‘같이 술이나 마시고 잊자’와 같은 조언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자살 위기 신호에 대한 이해 수준에 호주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한국이 정신건강/자살 리터러시 교육에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는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공익 캠페인 등이 활발히 시행 중에 있다. 

◇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로 우울감 등 감소시킬 수 있어 

자살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는 시도자의 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생각, 우울감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7365명(전체 44.8%)이 과거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고, 향후 자살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2679명 가운데 6개월 내 자살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122명(4.7%)에 달했는데, 자살 재시도의 위험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후관리서비스를 진행할수록 ▲전반적 자살위험도 ▲알코올 사용문제 ▲우울감은 호전되고, 자살 생각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 초기와 4회 진행 후 자살위험도를 비교했을 때 자살위험도가 상(上)인 사람의 비율은 13.8%에서 6.4%로 7.4%p 감소했고, 하(下)인 사람의 비율은 42.2%에서 62.5%로 20.3%p 증가했다. 

서일환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시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20~30배 높기 때문에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면서 “위급한 경우 본인의 동의 이전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자살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