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정수혈을 통해 환자 치료효가 개선, 수혈 부작용에 따른 의료비용 최소화, 이에 대한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한 학문적 접근’ 등을 목표로 출범한 대한환자혈액관리연구회 이정재 회장(사진·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의 말이다.
이정재 회장은 “환자혈액관리연구회(이하 연구회)는 환자들의 수혈 관리 지침 연구를 통해 수혈 가이드라인 제정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적정수혈과 치료효과 개선, 수혈에 따른 부작용 예방과 의료비용 절감을 위한 임상연구를 위해 연구회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0일 열린 창립 기념 학술대회를 통해 연구회는 ▲다학제 임상연구를 실시 ▲학술대회와 강연을 통한 홍보활동 ▲수혈 최소화를 위한 법률 제조 정착 등을 주요 활동 방향으로 제시해다. 특히 이 회장은 “의료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적정수혈과 수혈 관리의 중요성을 적극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환자혈액관리연구회는 각 진료과별 의료진들이 참여하는 다학제 임상연구를 계획중이다. 여기에는 산부인과, 정형외과, 혈액종양내과, 심장내과, 감염내과, 흉부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들이 참여하고 있다.
◇임상현장서 수혈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찾는 노력 절실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는 가능하면 수혈을 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혈을 하더라도 최소량의 수혈로 치료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의학적인 접근 방법이다.
이정재 회장은 “수혈을 가급적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하면 환자나 보호자들은 물론 의료인들조차도 ‘그러면 수혈을 하지 말자는 것이냐’라고 오해를 하곤 한다”며 “적정수혈이나 최소한의 수혈은 무수혈 즉 전혀 수혈을 하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위급하거나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수혈을 해야하지만, 최소한 필요량만큼의 수혈을 하자는 것이다. 이 회장은 “최소한의 수혈이 환자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환자 치료시 수혈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어떠한 긍정적인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국내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각 진료과별 의료인들이 다양한 학술활동, 홍보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연구회가 탄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은 최소한의 수혈을 위해 수술 전에 환자의 빈혈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고,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예를 들어 ‘정맥철분제’나 ‘적혈구 생성 촉진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의료인들의 해야할 몫이라는 것이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수술 중 출혈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수술 후 빈혈이 발생하더라도 수혈없이 빈혈 교정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혈을 하지 않고 수술을 하면 혈액 매개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습니다. 또한 수혈을 받은 환자보다 수혈을 하지 않고 빈혈 교정을 선택한 환자들이 수술 후 회복속도가 빠르고, 입원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 회장은 고관절 수술이나 크론병의 경우 수혈 없이 빈혈교정을 통해 수술을 하거나 치료를 시행하면 혈액에 의한 감염빈도를 낮추고, 회복기간이 짧아 환자들의 치료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암환자의 경우에도 수혈을 최소화해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PBM 활성화…연구회 ‘수혈 최소화’ 인식개선 적극 나설 것
실제 전세계적으로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는 첨차 확산되는 추세다. 호주는 2004년부터 PBM을 도입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2010년 환자수혈관리(PBM)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이정재 회장은 “하지만 의료현장의 현실은 수혈을 최소화하는 것에 한계가 많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의료진들도 최소한의 수혈을 선택하기 보다는 일단 수혈을 하고 보자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환자혈액관리연구회의 역할 중 하나가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적혈구생성촉진제나 정맥철분제를 투여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 조건이 까다로워 손쉽게 수혈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급여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회의 입장이다.
또 하나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여자의 헌혈에서 환자 치료시 사용되는 수혈까지 과정에 투입되는 의료비용, 혈액관리비용, 검사비용도 적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환자 치료효과, 부작용 감소라는 측면에서 정맥철분제나 적혈구생성촉진제, 빈혈교정 등의 적정수혈 관리를 통한 치료효과 개선이 오히려 더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려는 인식과 제도 개선이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헌혈자로부터 받은 혈액 1팩에 투입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1232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혈액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PBM을 통한 의료비 감소가 일반화됐다.
이와 함께 이정재 회장은 수혈 부작용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가 부족한 국내 현실도 개선점으로 꼽았다. 특히 헌혈과 수혈, 수혈부작용 관리 등 정부가 국가차원의 혈액관리에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도 의료진들이 무분별한 수혈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수술전 빈혈상태라면 수술전 빈혈 교정이 가능한지, 수혈 업이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수술 중 수혈량을 늘리는 것도 신중하게 결정하는 등 수혈을 대체할 방법이 있는지 임상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 회장은 “환자나 보호자들도 의료진들에게 수혈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요청하고,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것인지 판단해야 하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연구회는 수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임상연구로 학문발전을 이끌고, 적정수혈에 대한 국민들과 의료진 인식개선,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